배당킹의 배신, 보험주 투자 전 필수 체크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으레 이런 공식이 떠오릅니다. “이제 배당주를 담아야 할 때다.” 주가가 오르지 않아도 연말에 들어올 따뜻한 배당금 덕분에, 통신주나 은행주, 그리고 보험주 같은 종목들을 장바구니에 넣는 거죠.
특히 보험주는 오랫동안 ‘효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성장세가 눈에 띄게 크진 않아도, 망할 일 없이 매년 은행 이자보다 높은 배당을 꼬박꼬박 챙겨줬으니까요. 20년, 30년 넘게 이어진 배당의 신뢰감은 보험주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무기가 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연말은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돌려 말할 것 없이, 꽤나 ‘험악’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믿었던 보험주들이 갑자기 기대를 저버리는 모습입니다. 주가도 영 시원찮아 '배당'만 믿고 들어갔는데, 배당조차 불안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오고 있으니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오늘은 보험주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조금은 불편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진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연말 대표 공식 깨진 보험주, 올해는 다르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증권가에서는 “올해의 연말 배당 유망주” 리스트가 가득 나와야 정상이죠. 하지만 올해는 보험주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싸늘하기만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제 보험주는 사실상 투자할 만한 매력이 사라졌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보험주의 진짜 매력은 바로 ‘확실성’이었죠. 금리가 오르거나 내려도, 경기가 좋거나 나빠도, 보험사는 받는 돈을 굴려 이익을 내고, 그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하는 게 당연하다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믿음에 금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건 단순히 실적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는 분명히 영업이 잘 되고 돈도 벌고 있는데, 정작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금이 사라지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지 않죠. “아니, 장부상 이익이 있는데 왜 배당이 막히는 거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 의문의 중심에는 바뀐 회계 기준과 새로운 제도적 제한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당킹의 배신, 핵심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이번에 불거진 ‘배당킹의 배신’ 사건의 핵심에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이라는 조금 생소한 개념이 있습니다. 사실상 이게 이번 사태의 주범입니다.
최근 보험업계에는 IFRS17이라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보험계약자 보호 명목으로 한 가지 규정을 더했죠. 혹시라도 가입자들이 한꺼번에 보험을 해지하면, 돌려줘야 할 돈(해약환급금)을 미리 넉넉하게 준비금으로 쌓으라는 겁니다. 이게 바로 ‘해약환급금 준비금’입니다.
물론 취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회사가 혹여 어려워져도 고객 돈부터는 안전하게 지키자는 의도니까요. 문제는 이 돈을 준비하는 기준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데 있습니다. 회계상 이익이 발생해도, 이 중 상당 부분을 강제로 준비금으로 묶어둬야 하는 거죠.
쉽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버지가 월급(순이익)을 받아왔는데, 집안에서 갑자기 새로운 규칙이 생긴 겁니다. 월급의 절반 넘게 ‘혹시 모를 미래 의료비’로 금고에 꼭꼭 넣으라는 거죠(해약환급금 준비금). 심지어 그 금고 열쇠도 아버지가 갖지 못합니다. 가족들에게 맛있는 외식(배당)을 시켜주고 싶어도, 실제로 쓸 수 있는 돈(배당 가능 이익)이 없으니 속만 태우게 된 셈입니다.
열심히 영업할수록 배당 여력은 줄어드는 아이러니
이 제도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구조적인 모순에 있습니다. 보험사가 영업을 잘해서 신규 계약을 많이 체결할수록, 앞으로 돌려줘야 할 해약환급금도 자연히 늘어납니다. 그러면 법에 따라 쌓아야 할 준비금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죠.
결국 "영업 호조 → 매출 증가 → 준비금 적립 부담 증가 → 배당 가능 재원 감소"라는 아이러니한 공식이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같은 잘 알려진 대형 보험사들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겉보기엔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는 것처럼 보여도, 정작 배당을 할 수 있는 재원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빈 지갑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질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것은 기업의 근본적인 체력 문제라기보다, 제도 자체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수십 년간 적자 없이 배당을 이어온 기업들조차 흑자를 냈음에도 '무배당'을 선언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건 전례 없는 일입니다. 이쯤 되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배신감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배당주는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올해 잠시 배당이 끊긴다 해도 괜찮지만 만약 2년 연속 배당 삭감이 이어진다면, 그동안 쌓아온 '배당 프리미엄'이 무너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금융당국의 뒤늦은 검토, 과연 골든타임을 지킬까?
물론 금융당국도 문제를 모르고 있진 않습니다.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원장도 최근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어느 정도 제도에 논리적 허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죠.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방향성'보다도 실제 '속도'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검토하겠다"는 말은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올 연말 배당을 챙기려면 올해 안에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와야만 합니다. 만약 발표가 내년으로 미뤄지면, 올해 배당은 사실상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보험주 주주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느새 12월도 눈앞이고, 이 골든타임 안에 적립금 부담을 덜어줄 맞춤형 규제 완화가 나오지 않는다면, 실망한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한 차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지금 보험주, '무지성 매수'는 금물
결국 지금의 보험주는 예전처럼 든든하게 '국밥'처럼 안심하고 담아둘 만한 주식이 아닙니다. 제도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에는 단순히 배당 수익률을 보고 뛰어들었다가는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보험주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PER이나 PBR 같은 숫자만 보지 말고, 해당 기업이 실제로 배당할 수 있는 이익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그리고 금융당국이 어떻게 제도를 손질하는지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시기입니다. 남들이 좋다고 할 때일수록 한 번쯤 의심해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확인을 거듭하는 신중함이 결국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줄 겁니다. 이번 연말에는 부디 개미 투자자들의 계좌에 찬바람 대신 훈풍이 불기를 바라며, 끝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