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VIDIA Rubin이 이끄는 PCB/CCL '구조적 전환'

현재 AI 시장의 관심은 대부분 엔비디아 GPU, 특히 H100이나 블랙웰(Blackwell) 같은 화려한 칩에 쏠려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산업 현장에선 조금 다른 얘기가 나옵니다. 최근 한 PCB 업체 관계자가 “칩보다 기판 주문이 더 급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 인프라 경쟁이 이미 시작된 상태입니다. 메모리 반도체가 한차례 사이클을 이끌었다면, 이제 시장의 무게 중심은 이 모든 걸 ‘받쳐 줄’ 기판(PCB)과 핵심 소재(CCL)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6년 등장할 차세대 Rubin 플랫폼은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니라, 관련 산업 전체의 설계 방식을 아예 다시 쓰게 만드는 ‘구조적 전환(Structural Shift)’을 예고합니다. 말 그대로 한 단계 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판이 열리고 있는 셈입니다.

회로 기판 위로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는 엔비디아 루빈 서버 구조가 빛나는 이미지

Rubin, '업그레이드'가 아닌 '완전한 재설계'

Rubin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존 아키텍처를 조금 다듬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블랙웰이 현 기술의 ‘정점’이었다면, Rubin은 그 정점이 부딪힌 물리적 한계를 넘어가기 위한 ‘재설계(Complete Redesign)’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CTEE와 여러 기술 보고서를 보면 Rubin 기반 서버는 GPU 밀집도가 기존 대비 약 4배(144→576개)까지 증가합니다.

GPU가 이렇게 많아지면 문제가 단순히 “칩이 많다”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전력 공급 방식은 고전압 구조로 바뀌고, 신호 대역폭은 수배 이상 늘어나며, 냉각 방식도 기존 공냉/수냉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이를 연결하는 미드플레인(midplane), CPX 칩, 그리고 기판(PCB)과 소재(CCL)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기술적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현장 엔지니어들은 이런 변화를 “AI 서버가 과부하로 펑 터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뼈대가 완전히 새로 바뀐다”고 표현하더군요. 여러분들도 여기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GPU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이 성능을 ‘흘려보내는 길’이 감당하지 못하면 의미가 있을까요?

'M9 소재'와 '30층', 물리적 한계가 부르는 스펙 상향

Rubin 시대의 핵심 변화는 결국 ‘스펙 상향’입니다. 첫째, PCB 층수 증가입니다. 기존 AI 서버용 기판이 보통 16~20층 수준이었다면 Rubin은 최소 30층, 많게는 40층 이상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층수가 늘어난다는 건 전류 흐름, 신호 간섭, 발열 제어 등 모든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뜻이죠.

둘째, 소재의 세대교체입니다. 기존 M8 계열 소재로는 고속 신호 손실을 감당할 수 없어, 초저손실 등급의 M9 소재로 이동이 불가피합니다. M9는 기존 대비 약 2.5배 비싸고, 내열성과 낮은 신호 손실률이 특징입니다. 최근 업계에서 HVLP4 동박이나 고석영(High Quartz) 등 고가 소재의 발주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구조적 공급 부족'이 만드는 가격 전가력

스펙 상향은 자연스럽게 ‘공급 부족’을 불러옵니다. 하지만 이번 부족은 단기 수급이 아니라 ‘구조적 병목’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M9입니다. 이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도 극히 제한적이며, 신규 진입 시 최소 1년 이상 인증 과정이 필요합니다.

최근 동박 가격이 27%, 고강도 유리섬유가 72% 오르며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PCB·CCL 업체들은 오히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대체재가 없고, 기술적 해자가 뚜렷하며, Rubin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기 때문입니다.

지난 메모리 사이클이 ‘가격 협상 싸움’이었다면, Rubin 시대의 기판·소재는 ‘공급자가 갑’인 구조로 바뀌는 것이죠. 여러분들은 이런 시장 전환을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이 변화가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기술 전환에 따른 필연적 재편이라고 생각합니다.

6개 라인의 동시 상승, 수혜는 전방위로 퍼진다

Rubin이 불러올 변화는 단순히 칩의 업그레이드가 아닙니다. 설계–소재–공정–장비–가격–수요까지 산업 전반의 ‘6개 라인’이 동시에 상승하는 드문 슈퍼 사이클의 초입입니다.

고층 PCB 제조 측면에서는 삼성전기, 심텍, LG이노텍 등 제조 정밀도와 대량생산 역량이 검증된 국내 강자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30층이 넘는 고난도 기판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는 기술력과 품질 관리 역량이 글로벌 수준에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소재 분야에서는 두산, 롯데첨단소재, DNF 등 이미 M9·HVLP4 등 첨단 소재를 양산·공급 중인 국내 업체들이 구조적 성장세를 탈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방 장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대덕전자, 원익IPS, 하나마이크론 등 AOI 검사, 압합, 초미세 홀 가공 장비 기업들도 Rubin 시대 주요 수혜처로 부상 중입니다.

AI 시대의 진짜 주인공은 칩만이 아닙니다. 칩이 마음껏 성능을 내도록 무대를 제공해주는 ‘판’과 ‘소재’부터 바뀌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GPU가 스타라면, PCB와 CCL은 그 스타가 서는 무대이자 조명입니다.

이제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결국 AI 시대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가장 밝게 빛나는 칩일까요, 아니면 그 칩이 제대로 뛰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산업을 떠받치는 기업들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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