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금리 인하, 시장의 공포와 '파월의 속내'가 다른 이유
12월 FOMC 회의를 앞두고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연준 위원들이 내놓은 발언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더 매파적으로 느껴졌고, 덕분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너무 앞섰던 게 아니냐”는 불안과 공포가 다시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금 시장이 느끼는 ‘공포’와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생각하는 ‘큰 그림’ 사이에 꽤 큰 온도 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시장은 왜 이토록 불안해하는 걸까요? 그리고 파월의 진짜 생각은 어디에 있을까요? 오늘은 시장에 떠도는 공포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오히려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네 가지 핵심 이유를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1. 이미 위험 신호가 켜진 '시스템 리스크'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건 ‘시장의 안정성’입니다. 요즘 미국 국채 금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타듯 오르내리며 이상할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고, 공포지수라 불리는 VIX도 빠르게 뛰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현재의 고금리 상황을 시장이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임계점에 왔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연준은 과거부터 실물 경제가 아무리 탄탄해 보여도, 금융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때는 특히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1998년 LTCM 사태나 2019년 미중 무역 갈등 당시에도 연준은 데이터와 상관없이 시장 변동성이 폭발하면 시스템 안정을 위해 먼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냈습니다. 지금 파월 역시 이런 ‘역사의 교훈’을 쉽게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2. 셧다운이 만든 '데이터 공백'의 역설
또 다른 불안 요인은 ‘데이터의 부재’입니다. 최근 미국 정부 셧다운의 영향으로 10월 고용보고서 중요한 지표들이 누락됐거나, 결과가 왜곡됐을 가능성이 높아졌죠.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연준으로선, 이런 ‘정보가 비는 상황’이 어느 위험보다 더 두려울 수 있습니다.
이때 연준이 긴축 노선을 이어가거나 추가 긴축을 시사한다면, 그건 자칫 경제에 큰 실수를 남길 치명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연준은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 때 항상 ‘실수하지 않는 쪽’—즉 유동성 완화 방향을 택해 왔습니다. 2007년 신용 경색 초기에도 데이터를 따지기보다 시장 상황을 보고 금리부터 내렸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3. 긴축 사이클의 끝을 알리는 'QT 종료' 신호
세 번째 이유는 조금 기술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양적 긴축(QT)’ 신호입니다. QT란 연준이 시중에 풀린 돈을 걷어들이는, 곧 긴축의 중심 정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 QT 속도를 조절하거나, 12월 1일을 기준으로 QT를 사실상 멈출 거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QT가 멈추거나 완화된다는 건 ‘긴축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로, 역사적으로도 QT가 끝나면 곧이어 금리 인하가 뒤따랐습니다. 2019년에도 QT 속도를 늦추자 금리 인하가 바로 시작되었죠. 그래서 QT 종료는 연준이 ‘다음 단계는 인하’임을 암묵적으로 알리는 셈입니다.
4. 이미 둔화가 뚜렷한 '고용과 물가' 데이터
마지막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해도, 큰 틀에서 봤을 때 '고용과 물가' 관련 데이터도 금리 인하 조건을 거의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시장은 자주 그때그때 나오는 헤드라인 수치에 흔들리지만, 연준이 실제로 집중하는 '전체적인 흐름'은 이미 확실하게 꺾이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3개월 평균 고용 증가폭은 뚜렷하게 둔화되는 중이고, 고용 시장의 앞선 신호로 여겨지는 실업보험 청구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물가 상황은 더 분명합니다. 관세 등 일시적인 영향을 빼면, 핵심 물가 상승률이 이미 연준 목표치인 2%대에 거의 다가섰습니다. 결국 파월이 금리 인하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인플레이션 둔화'와 '고용 시장 냉각'이라는 두 가지 기준이 사실상 모두 충족된 셈입니다.
결론: '말로 누르고, 행동으로 대비한다'
이쯤 되면, 파월 역시 이 모든 조건을 모르지 않을 텐데 왜 계속 매파적인 발언으로 시장을 겁주고 있을까요?
바로 이 지점이 시장의 과열을 막으려는 파월의 '숨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만약 지금 금리 인하 신호를 노골적으로 내비치면, AI나 빅테크 주식을 중심으로 또다시 거품이 일면서 결국 인플레이션 잡기가 쉽지 않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월은 일부러 '말로 시장 심리를 식히면서, 실제 정책은 인하 쪽으로 준비'하는 연준 특유의 소통 방식을 택한 걸로 보입니다. 또, 연준 내부에서 매파와 비둘기파 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라 마지막까지 데이터를 모아두고, 인하에 표를 몰아가려는 정치 계산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은 파월의 '발언'에만 매몰돼 공포에 휩싸여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주의 깊게 봐야 할 건 파월이 결국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과 '데이터'입니다. 12월, 시장의 불안이 걷히고 파월의 본심이 드러날 때, 방향을 먼저 읽은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올 겁니다. 여러분은 이번 12월 결정을 어떤 방향으로 예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