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27일 만에 사임’ 프랑스 쇼크: 마크롱의 혼란이 유럽 경제를 흔드는 이유
2025년 10월, 프랑스 정치의 심장부인 엘리제궁에서 믿기 힘든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9월에 임명된 세바스티앵 르코르누 전 총리가 취임 27일 만에 물러난 건데요. 정치 뉴스에 익숙한 저도 이 소식을 듣고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초단기 사임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리더십과 프랑스 국정 운영 전반에 빨간불을 켰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48시간 안에 새 총리를 임명하며 상황을 수습하려 하고 있지만, 의회엔 극심한 분열과 오랜 예산 문제가 얽혀 있어 앞길이 순탄치 않은 모습입니다. 이번 프랑스 정치 쇼크가 단순히 국내 혼란에 그치지 않고, 유럽 경제의 안정성을 흔들며 우리 경제에도 어떤 파장을 미칠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7일 임기’가 드러낸 프랑스 의회의 막힌 현실
르코르누 전 총리의 조기 사임은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프랑스 의회가 이념과 세력 면에서 극도로 쪼개져, 사실상 어떤 정책도 힘있게 밀어붙이기 힘든 교착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2024년 6월 조기 총선 뒤로 의회는 뚜렷한 다수파 없이 흩어졌고,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역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며 소수 정부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당장 예산안 통과부터 벽에 부딪혔습니다. 예산 집행을 위한 법안조차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우 국민연합이나 사회당 등 주요 정당 간의 협력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충돌은 더욱 거세졌고, 국정 마비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혹시 이런 상황, 낯설지 않으신가요? 정치의 ‘네 탓 공방’은 어느 나라에서나 반복되는 풍경이니까요. 많은 정치인과 시민들이 새 내각 구성이나 조기 대선을 요구하는 건, 지금의 시스템으론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재정적자 감축의 험난한 길: 유로존 전역에 드리운 그늘
마크롱 대통령이 새 총리에게 던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부의 안정을 꾀함과 동시에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 부채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프랑스는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유로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죠. 이런 프랑스에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재정적자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유로존 전체의 재정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질 수밖에 없습니다.
연금 개혁처럼 논란 많은 정책을 둘러싸고도 정치권 내 갈등이 치열합니다. 일부에선 연금 개혁의 재검토나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데, 만약 개혁이 후퇴하면 프랑스 신용도까지 위협받고 이 여파가 유럽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또 프랑스의 국가 부채가 더 악화되면, 독일과 프랑스라는 두 축이 지탱하는 유로존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의 고심은 "국가의 체면과 재정 현실 사이"의 줄타기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복지를 줄이기도 어렵고, 재정을 더 쓸 여유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의 상황이죠.
프랑스 정치의 불안, 우리 경제엔 어떤 그림자 남길까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이 곧바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특히 직접적인 무역관계보다 ‘금융 시장을 통한 파급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마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던진 돌멩이가 잔잔한 물결로 우리 발끝까지 닿는 것과 같습니다.
우선 유럽발 금융 불안으로 프랑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유로화 가치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전 세계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달러나 엔화 등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원화 가치에도 하락 압력이 가해지며, 국내 금융시장과 환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글로벌 소비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처럼 대유럽 수출 비중이 상당한 나라에선 자동차나 정밀화학 등 주력 산업이 유럽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을 수 있습니다. “유럽의 감기”가 “한국의 기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표현이 딱 맞죠.
마지막으로 프랑스처럼 주요 선진국에서 정치적 불안이 커질 땐 전 세계 투자 심리 자체가 차가워집니다. 이렇게 되면 신흥국에 해당하는 우리 증시에서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가 생깁니다.
정치의 불안은 결국 경제의 거울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새 총리 지명 시도는 국정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분열된 의회 구도와 뿌리 깊은 재정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정치적 불안이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프랑스 쇼크’는 단순한 해외 뉴스가 아니라, 유럽발 경제 불확실성을 체감하고 환율과 주식시장 변동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시점입니다.
정치가 불안하면 결국 경제가 흔들린다는 사실, 프랑스가 이번에 다시 한번 증명해준 셈입니다. 혹시 우리에게도 ‘다음은 너희 차례’라는 신호가 오고 있는 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