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8조 요구, 한국 수출기업이 답이다 (트럼프, 무역협상, 경제학자)

미국 경제학자 딘 베이커가 최근 제시한 제안이 한국 경제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에 488조 원을 줄 바에야, 한국의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라고 주장하며 한미 무역협상의 본질을 통찰력 있게 분석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해당 제언의 배경과 구체적 근거,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미국과 일본 한국 EU 무역 협상 불균형을 상징한 인포그래픽

트럼프에 488조? 경제학자의 충격 발언이 던지는 메시지

최근 미국 경제정책 연구 센터(CEPR)의 선임 경제학자 딘 베이커가 발표한 한 가지 주장이 국내 경제계에 꽤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한국 정부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 무려 488조 원(약 3,500억 달러)을 투자하면서 관세를 낮추기보다는, 그 막대한 금액을 국내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습니다.

이 발언은 단순히 숫자 하나의 비교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무역 협상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 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관세 인하’ 대가로 막대한 투자금을 지불하는 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경고로도 해석됩니다.

488조원의 배경, 단순한 투자 약속일까?

지난 7월, 한국과 미국은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고, 그 대가로 한국은 총 48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투자금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협상의 세부 조건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기업의 투자 수익 중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사실상 한국 입장에서는 백지 수표에 가까운 부담을 안게 된 셈입니다. 베이커는 이를 두고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합의"라고 평가했습니다.

참고로, 488조 원은 한국의 2024년 정부 예산안(656조 9천억 원)의 74%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 국가 예산 대부분을 통째로 미국에 투자한다는 개념과 다르지 않습니다.

수출 손실 17조 vs 투자금 488조… 무엇이 더 이득일까?

딘 베이커는 이 합의가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합니다. 만약 관세가 다시 25%로 상향 조정된다 하더라도, 한국의 대미 수출 손실은 약 125억 달러(한화 약 17조 4천억 원)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이는 한국 GDP의 0.7%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는 “수출 손실을 막기 위해 488조 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지출하는 것은, 경제적 합리성과는 거리가 먼 결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이 금액의 극히 일부 만으로도 수출 감소로 피해를 입는 기업과 노동자들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푼돈을 지키기 위해 거금을 내주는 구조'가 이번 협상의 실체라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정부가 강조해온 '대미 투자 확대의 필요성'이라는 메시지가 과연 국민들에게 얼마나 납득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수출 기업 직접 지원,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베이커의 제안은 간단합니다. 한국이 미국에 줄 488조 원의 투자금을, 국내 수출 기업과 피해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하라는 것입니다. 만약 수출 감소로 인한 손실이 약 17조 원이라면, 그 일부만 지원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오히려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20분의 1 수준의 예산 만으로도 실질적인 손실 보전이 가능하다”라며, 지금처럼 외부 압력에 끌려가는 방식이 아닌 자국 경제를 위한 실질적 투자가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 제안은 단기적인 무역 효과만이 아닌, 장기적인 산업 전략의 방향성을 함께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발언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습니다.

협상의 본질은 ‘돈’이 아니라 ‘신뢰’

딘 베이커는 단순히 금액 계산을 넘어서, 트럼프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경계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수차례 외교·무역 합의를 파기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는 전례가 있었고, 이번 합의도 언제든지 새로운 조건으로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입니다.

488조 원이라는 숫자는 그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레버리지로 사용될 수 있는 무기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한국의 투자를 빌미로 향후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경우, 한국은 스스로의 협상력을 잃게 될 수 있습니다.

488조는 협상 테이블이 아닌, 미래 세대를 위한 자산

결국 딘 베이커의 주장은 단순한 반미 감정이 아닌,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무역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됩니다. 우리 정부가 488조 원이라는 자금을 미국의 무역 압박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업과 기업,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 사안은 단순한 투자 합의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도 한국 정부가 어떤 경제 철학과 전략을 가지고 협상에 임하느냐가 향후 수년 간의 경제 방향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488조 원을 ‘협상 도구’ 로 볼 것인지, ‘국가의 소중한 자산’으로 여길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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